제 목

 어린이문화유산해설사_중앙일보 2009.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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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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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4

조회

85081

 

[중앙일보 송보명 기자]


미국인 더그씨와 양아들 네이튼군에게 영어로 운현궁을 소개하는 이신우(12·신기초6)군.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문화유산 해설·전시 설명… 어린이 전문가가 되면
직업현장 체험… 리더십 향상에 ‘딱’

#1. 외국인에게 우리문화 알려요 ――――――――――어린이 문화유산 해설사
“노락당 is the largest of all the buildings in 운현궁.” 지난 13일 오전 11시. 어린이 문화유산 해설사 고승현(10·잠원초4)양이 운현궁을 찾은 외국인에게 유창한 영어로 가이드를 한다. 외국인이 간판에 적힌 한자의 뜻이 뭐냐고 질문하자 고양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각각의 뜻을 풀어서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알려줬다.

김연서(11·성남 신흥초5)양은 퀴즈를 준비해서 외국인 방문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운현궁 곳곳에 있는 굴뚝의 용도를 물어보고그걸 맞춘 사람에게 손수 준비한 선물을 주는 것. 김양은 퀴즈를 맞힌 루크 (Luke·23·남)씨에게 ‘한국의 전통 캔디’라며 호박엿을 줬다. 한국 아이 둘을 입양해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는 미국인 더그(Doug·44)씨는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수준급”이라며 손가락을치켜세웠다. 아들 네이튼(Nathan·13)군은 “또래의 한국인 친구가 모국의 문화를 알려주니 더 쉽고 재미있었다”며 “어린이 문화 해설사와 메일주소도 교환했으니 앞으로도 종종 연락해서 문화를 배워야겠다”고 웃었다.

#2. 어린이들에게 생태지식 알려줘요―――――――――― 어린이 도슨트
지난 6일 오전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 전시관 안에 있는 박제 뱀들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두 학생에게 김한주(10·상암초4)군이 말을 걸었다. “너희들 박물관에 처음 왔니? 내가 설명해줄게”. 김군은 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전시 관련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어린이 도슨트. “저기 보이는 머리가 세모난 뱀이 살모사야. 독을 가지고 있어서 조심해야 해. 저기 있는 건 누룩뱀인데 알을 낳고 돌보는 착한 뱀이야.”
 
김군의 설명을 들은 쌍둥이 남매 이우재군과 이민주(7·청암초1)양의 얼굴이 환해졌다. “유혈목은 뭐에요?” “그건 꽃뱀이야. 들어봤지?” 어린이 도슨트 김군에게 아이들이 질문하는 모습을 보던 어머니 김정화 (36·파주시)씨는 “평소에는 박물관에 가도 그냥 지나치는 것이 더 많았는데 또래 형이 이렇게 차근차근 가르쳐주니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자신감과 리더십을 길러주는 어린이 전문가 프로그램
최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 체험 프로그램, 특히 전문가 체험 프로그램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자녀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일찍부터 자녀에게 진로를 설정해주려 하기 때문이다.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이향숙 (44·여) 소장은 “어릴 때 다양한 직업세계를 경험해 본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폭넓고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며 “현장에 직접 들어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자신감과 리더십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 문화유산 해설가와 어린이 도슨트는 장기적인 교육과 트레이닝을 받은 후 현장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일회성 직업체험과는 차별화 된다. 활동기간도 1년으로 비교적 긴 편인데다 전문지식까지 갖춰야 한다. 책임감과 배려심을 키워주는데효과적이고 봉사활동 인증의 혜택도 있다. 어린이 문화유산 해설사는 경복궁을 비롯한 서울시내 고궁과 박물관을 찾은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영어로 설명해 준다. 영어시험을 통해 선발된 초등 4~6학년 학생 6명은 6개월 동안 대학교 교수에게 한국사 수업을 듣고 외국인 강사와 실전 연습까지 진행했다. 김현수(11·광운초5)양은 “매주 운현궁에 와서 영어 가이드 시나리오를 짜고 외국인 선생님과 리허설을 했다”며 “인터넷과 역사책을 활용해 준비를 꼼꼼히 한 덕분에 영어실력뿐만 아니라 역사상식도 많이 늘었다”고 자랑했다.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은 올해 2월말 어린이 도슨트 2기를 선발했다. 초4~중3학년 학생 10명으로 이뤄진 어린이 도슨트들은 지난 5월 부터 한 달에 2시간 이상 박물관에 나와 전시설명을 했다. 임명장까지 받은 이들은 활동 시작 전 두 달 동안 이론 및 체험수업을 철저히 받았다.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퀴즈를 준비하는가 하면 해박한 지식을 뽐내 방문객의 호감을 사고 있다. 중생대 공룡분야를 담당하는 김기동(13·호원중1)군은 “박물관 선생님에게 고·중·신생대 역사와 생물을 배우고 서울 숲을 방문해 여러 가지 체험활동을 했다”며 “요즘도 책을 읽고 비디오를 챙겨보면서 공부를 열심히 한 덕분에 학교 성적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현조(12·발산초6)양은 어린이 도슨트활동을 통해 자신감이 생긴 것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내성적이었던 이양은 “처음에는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 거는 것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즐거워졌다”며 웃었다.


우리나라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리겠다는 어린이 문화유산해설사들.
김현수설지윤이신우고승현김연서장예린 학생(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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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해설·전시 설명… 어린이 전문가가 되면

 

[중앙일보 송보명 기자]


미국인 더그씨와 양아들 네이튼군에게 영어로 운현궁을 소개하는 이신우(12·신기초6)군.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문화유산 해설·전시 설명… 어린이 전문가가 되면
직업현장 체험… 리더십 향상에 ‘딱’

#1. 외국인에게 우리문화 알려요 ――――――――――어린이 문화유산 해설사
“노락당 is the largest of all the buildings in 운현궁.” 지난 13일 오전 11시. 어린이 문화유산 해설사 고승현(10·잠원초4)양이 운현궁을 찾은 외국인에게 유창한 영어로 가이드를 한다. 외국인이 간판에 적힌 한자의 뜻이 뭐냐고 질문하자 고양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각각의 뜻을 풀어서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알려줬다.

김연서(11·성남 신흥초5)양은 퀴즈를 준비해서 외국인 방문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운현궁 곳곳에 있는 굴뚝의 용도를 물어보고그걸 맞춘 사람에게 손수 준비한 선물을 주는 것. 김양은 퀴즈를 맞힌 루크 (Luke·23·남)씨에게 ‘한국의 전통 캔디’라며 호박엿을 줬다. 한국 아이 둘을 입양해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는 미국인 더그(Doug·44)씨는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수준급”이라며 손가락을치켜세웠다. 아들 네이튼(Nathan·13)군은 “또래의 한국인 친구가 모국의 문화를 알려주니 더 쉽고 재미있었다”며 “어린이 문화 해설사와 메일주소도 교환했으니 앞으로도 종종 연락해서 문화를 배워야겠다”고 웃었다.

#2. 어린이들에게 생태지식 알려줘요―――――――――― 어린이 도슨트
지난 6일 오전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 전시관 안에 있는 박제 뱀들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두 학생에게 김한주(10·상암초4)군이 말을 걸었다. “너희들 박물관에 처음 왔니? 내가 설명해줄게”. 김군은 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전시 관련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어린이 도슨트. “저기 보이는 머리가 세모난 뱀이 살모사야. 독을 가지고 있어서 조심해야 해. 저기 있는 건 누룩뱀인데 알을 낳고 돌보는 착한 뱀이야.”
 
김군의 설명을 들은 쌍둥이 남매 이우재군과 이민주(7·청암초1)양의 얼굴이 환해졌다. “유혈목은 뭐에요?” “그건 꽃뱀이야. 들어봤지?” 어린이 도슨트 김군에게 아이들이 질문하는 모습을 보던 어머니 김정화 (36·파주시)씨는 “평소에는 박물관에 가도 그냥 지나치는 것이 더 많았는데 또래 형이 이렇게 차근차근 가르쳐주니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자신감과 리더십을 길러주는 어린이 전문가 프로그램
최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 체험 프로그램, 특히 전문가 체험 프로그램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자녀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일찍부터 자녀에게 진로를 설정해주려 하기 때문이다.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이향숙 (44·여) 소장은 “어릴 때 다양한 직업세계를 경험해 본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폭넓고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며 “현장에 직접 들어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자신감과 리더십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 문화유산 해설가와 어린이 도슨트는 장기적인 교육과 트레이닝을 받은 후 현장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일회성 직업체험과는 차별화 된다. 활동기간도 1년으로 비교적 긴 편인데다 전문지식까지 갖춰야 한다. 책임감과 배려심을 키워주는데효과적이고 봉사활동 인증의 혜택도 있다. 어린이 문화유산 해설사는 경복궁을 비롯한 서울시내 고궁과 박물관을 찾은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영어로 설명해 준다. 영어시험을 통해 선발된 초등 4~6학년 학생 6명은 6개월 동안 대학교 교수에게 한국사 수업을 듣고 외국인 강사와 실전 연습까지 진행했다. 김현수(11·광운초5)양은 “매주 운현궁에 와서 영어 가이드 시나리오를 짜고 외국인 선생님과 리허설을 했다”며 “인터넷과 역사책을 활용해 준비를 꼼꼼히 한 덕분에 영어실력뿐만 아니라 역사상식도 많이 늘었다”고 자랑했다.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은 올해 2월말 어린이 도슨트 2기를 선발했다. 초4~중3학년 학생 10명으로 이뤄진 어린이 도슨트들은 지난 5월 부터 한 달에 2시간 이상 박물관에 나와 전시설명을 했다. 임명장까지 받은 이들은 활동 시작 전 두 달 동안 이론 및 체험수업을 철저히 받았다.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퀴즈를 준비하는가 하면 해박한 지식을 뽐내 방문객의 호감을 사고 있다. 중생대 공룡분야를 담당하는 김기동(13·호원중1)군은 “박물관 선생님에게 고·중·신생대 역사와 생물을 배우고 서울 숲을 방문해 여러 가지 체험활동을 했다”며 “요즘도 책을 읽고 비디오를 챙겨보면서 공부를 열심히 한 덕분에 학교 성적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현조(12·발산초6)양은 어린이 도슨트활동을 통해 자신감이 생긴 것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내성적이었던 이양은 “처음에는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 거는 것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즐거워졌다”며 웃었다.


우리나라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리겠다는 어린이 문화유산해설사들.
김현수설지윤이신우고승현김연서장예린 학생(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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